늦은 밤에서 새벽까지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있다보면 곳곳에 이슬이 내리곤 합니다. 망원경 전체를 촉촉하게 적시는 것 뿐만 아니라 대물렌즈에 이슬이 내려 앉으면 보이는게 없어집니다. 이슬이 내려앉으면 관리가 귀찮아지는게 잘못 말리면 얼룩으로 남아서 괜히 신경쓰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반사망원경의 주경은 깊숙한 곳에 들어가 있어서 걱정이 없다지만, 사경에 이슬이 맺힙니다. 슈미트-카세그레인(이하 SCT)의 경우 슈미트 보정판이 이슬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말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합니다. 대비라고 해봐야 후드와 열선입니다.
열선의 역할은 대물렌즈나 사경의 표면 온도를 이슬이 맺는 온도 위로 높여서 이슬이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온도를 엄청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외부 온도보다 아주 살짝 높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6인치 SCT를 구매하였을 때, 열선을 직접 만들어 쓸지, 알리 등에서 구매를 할지 며칠 고민했었습니다. 열선의 주재료인 니크롬선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재료의 가격을 알면 시중에 판매되는 망원경용 열선이 쉽게 구매할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6인치 SCT의 열선은 제작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구매했습니다. 그러다 2개월 전, 8인치 슈미트-뉴토니안을 들이게 됩니다. 슈미트 보정판 때문에 열선이 반드시 필요한데, 8인치용 열선을 구매하려 봤더니 8~9만원이나 합니다. 환율도 많이 오르긴 올랐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귀찮음을 이겨내고 만들어 씁니다.
니크롬 열선
검색 창에 nichrome heating wire로 검색해보면 아주 저렴한 니크롬선이 검색이 됩니다. 1~2천원이면 필요 이상의 차고 넘치는 니크롬선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귀찮은 포인트는 저렴하고 자작에 쓰이는 니크롬선은 피복이고 뭐고 없다는 점입니다.
전기가 흐르는 금속선을 그냥 경통에 붙일 수는 없으니, 피복 등을 씌우는 걸 해야합니다. 외국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방법은 덕테이프(한국식으로는 청테이프?)로 니크롬선을 감싸는 방법입니다. 실리콘을 바르고 굳히는 방법, 수축 튜브로 감싸는 방법, 뭐 다양합니다. 그냥 몇 천원 더 주고 실리콘 피복의 니크롬선을 사는게 마음이 편해집니다.
위에는 알리에서 배송비 포함 약 5천원에 구매한 니크롬선입니다. 실리콘 피복이 되어 있어 말랑말랑 고무줄 같은 촉감입니다.
저항은 어떻게?
열선을 제작하려면 적절한 저항의 니크롬선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8인치 경통에 요구되는 열선의 출력(W,와트)가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네, 제각각입니다. 12 W에서 20 W까지 제품들이 다양합니다. 대략 15 W 근처인듯 싶습니다만, 제가 엄청 추운날이나 사방이 촉촉하게 젖을 수준의 습한 환경에서 별을 볼 마음은 없습니다. 별도의 가변 저항 없이 대략 10 W 수준으로 생각하고 니크롬선을 선택했습니다.
필요한 니크롬선의 저항을 계산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중고교 시절 물리 시간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I(전류) = V(전압)/R(저항)
출력(W) = V(전압)*I(전류) = V*V/R
R = V*V/W
기본적으로 12 V 전원을 쓰지만, 배터리에 따라 13 V까지 된다고 가정하면, 제가 만들 열선의 저항은 14.4 Ω ~ 16.9 Ω 범위면 대강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제가 사용할 니크롬선의 총 저항입니다. 일반적으로 니크롬선은 단위 미터당 몇 Ω인지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8인치 보정판 주변을 니크롬선으로 2바퀴 두를 생각이라, 필요한 니크롬선의 길이가 경통 둘레의 2배 길이인 약 1.6 m 내외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계산된 저항 값을 필요 길이로 나눠보면 단위 미터당 몇 Ω의 니크롬선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만들기
우선 필요한 길이만큼 니크롬선을 자르고 저항을 측정해봤습니다. 16.9 Ω이 나옵니다. 13 V 전원이 들어가야 목표했던 10 W 출력입니다. 12V 전원을 쓰면 출력이 더 낮아지니, 후드와 열선 사이에 단열재 등이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알리 등에서 니크롬선을 구매할 때, 12 V DC 잭 플러그(위 우측)를 구매하면 1개에 몇 백원 수준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니크롬선 끝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니크롬선 안쪽의 하얀 섬유는 가위로 적당히 잘라내어주고 잭 플러그의 선과 납땜으로 연결해주면 됩니다.
진짜 별것 없는게, 수축 튜브 등으로 마무리해주면 아래와 같이 기본적인 형태가 갖추어집니다. 이 자체로 보정판 주변에 두를 수 없긴 합니다만, 저렴한 벨크로 탄성밴드 등을 구매해서 고정시키면 됩니다.
니크롬열선, 잭플러그, 벨크로 탄성밴드, 수축튜브 등 납땜 도구만 있고 나머지는 구매한다고 가정했을때, 만원 정도면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출력이 낮을 듯 한데, 적절한 후드 길이와 적절한 단열을 해주면 극악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